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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日記 2016. 3. 12. 04:04

컴퓨터가 바둑을 잘 두기 위해서는 체스를 잘 두는 것보다 높은 단계의 인공지능이 필요한 것은 가능한 수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열린 가능성 때문이다. 물론 행마의 경우의 수가 체스나 장기보다 바둑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바둑의 비정형성을 알고리듬화 하는 것이 사실은 더 어려운 것이다. 바둑을 관전할 때 흔히 듯는 '맛'을 절차형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현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정량화하여 구분하기 곤란한 패턴을 처리하는 대표적인 예가 'SpamAssassin'과 같은 스팸 필터링 프로그램이다.

SpamAssassin의 기본적 아이디어는 19세기에 개발된 것이다.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해서 적용하는 데 필요한 것은 충분히 빠른 컴퓨터와 성공적인 스팸 인식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데 필요한 충분한 양의 데이터이고 이 두가지 모두 충분하다 못해 넘쳐나고 있다. 스팸인식에 필요한 것은 컴퓨터가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단어이지만 바둑 기보의 인식은 그것 보다 복잡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일단 기보와 바둑을 두는 algorithm만 정립되면 바둑을 잘 두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최근의 클라우드 컴퓨팅(혹은 병렬처리)의 폭발적인 발전은 그 시간문제를 훨씬 단축할 수 있었던 계기였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세돌 9단의 2패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다. 서두에 말한 것 처럼 시대를 풍미했던 바둑 기사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훨씬 많은 수를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 할 수 있었기 때문만에 바둑의 천재로 여겨졌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천재성은 흔한 패턴에서 벗어난 창조적인 (또는 새로운) 수와 판을 읽는 직관이 여기에 더해져 나타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알파고의 기존의패턴과 다른 수들에 사람들이 놀라는 것이라 여겨진다. 우리의 알파고에 대한 반응이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반응들을 살펴보면서 사람의 인식과 지능이 어디에서 오는 가를 다시 생각해보기 때문이다. 어떤 패턴을 인지하고 구별해 내는 것이 지능의 일부라 판단하고 알파고 혹은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사람에 가까워 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사람이 그러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영혼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혹자의 생각처럼 우리 두뇌도 엄청난 용량의 컴퓨터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의 근거일 수도 있다. 전자가 사실이라면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아무리 커져도 인공지능이 진정한 지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고 후자가 사실이라면 정말 인공의 인격체를 마주할 날이 머지 않았다. 감정이라는 것이 자극에 대한 반응의 패턴에 불과하다면 인공지능이 감정을 갖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제는 우리가 우리(사람 혹은 인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가장 시급히 극복해야할 문제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Posted by lenien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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